번역2016. 1. 20. 01:30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그림을 먼저 완성시키고 거기 맞추어 출연진이 목소리를 녹음하는 아프레코가 주류이지만,

애니 '여름눈 랑데부'는 먼저 녹음하고, 그 뒤에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라는 기법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왼쪽부터 나카무라 유이치(하즈키役), 오오하라 사야카(롯카役), 후쿠야마 쥰(시마오役)

 

 

 

――먼저 원작을 읽었을때의 감상을 들려주세요.

 

나카무라 : 만나는 방법이 달랐다면 감상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하즈키역으로 오디션을 보자는 상태에서 읽었다보니.. 하즈키를 축으로 삼아서 읽었다보니 작품을 올바르게 읽었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특히 그 안에서 인상적이었던건 현실 세계는 엄청 현실적으로 그려져있고 거기에 죽은 사람이 유령으로 나오고, 나중에는 그 사람에게 몸을 빌린다는 비현실적인 전개였습니다. 하즈키가 있었던 책의 세계엔 원래 세계에서 완전히 바뀐 판타지한 세계가 펼쳐져있었죠. 그 연출의 차이라고 할까, 그리는 방식에 설득력을 느꼈습니다.

 

오오하라 : 저는 오디션때 원작의 (대사가 있는 일부) 복사본을 받았었는데요. 엄청 좋아하는 세계관이라 단번에 코믹스를 구입해서 한번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림체가 엄청 예쁘고 등장하는 인물도 적어서 그들의 회화가 중심에 있지요. 그런 회화 방식이 리얼리티를 살려준다고 할까요. 30대의 미망인은 이런 식이라는 관념에 개의치 않고 꽃집의 점장님으로 열심히 생활하면서, 젊은 사람에게 구애받으며 흔들리는 여성의 마음도 있지요. 롯카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엄청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역할은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후쿠야마 : 저도 처음 본 건 오디션때라, 역이 정해지고 원작을 쭉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실제 연령에 가까운 역할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항상 10대나 20대 초반, 제 나이보다는 어린 역할을 맡은 적이 많았습니다. 시마오는 죽고나서 3년을 더하면 저와 동갑이 되는데, 그런 역할을 제가 맡을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때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실제 연령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습니다~라는 상황. 그것도 오디션때는 감독님과 단둘이서 부스에 들어갔습니다. 대사를 말하는 바로 옆에서 연출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셔서, 딱히 선입견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직까지 없어서 엄청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랬는데 오디션 다음날 결과가 나왔어요.

 

오오하라 : 맞아!  엄청 빨리 나왔었지.

 

후쿠야마 : 사무소에서 "정말로?" 라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웃음) 그래서 역이 정해지고 원작을 읽어보니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제가 시마오라는 역을 맡은것도 잊을 정도였어요. 적어도 이야기를 되돌아보니 이건 정말 어려운 역할이구나, 싶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디션때 프레셔를 느끼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녹음 전에 감독님께 연출의 방향성을 비롯해 들으신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나요?

 

오오하라 : 설명은 없었지만 대본 리딩(책읽기)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저희들은 모두 처음이었죠. 평소에는 1화 녹음할 때 "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간단한 인사로 시작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 잘 부탁드립니다 말하고 바로 녹음하는 건 싫어하니까 한번쯤은 이런 스탭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라는 식의 인사도 겸해서 대본 리딩을 하고 싶다" 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색다른 분위기였네요.

 

나카무라 : (스탭분들이 각자) 뭘하고 계신지 잘 몰랐었으니까요.

 

오오하라 : 드라마나 무대라면 (스탭을 대부분) 알고있었겠지요. 얼굴을 직접 보고 다같이 대본을 읽는 건 애니메이션에서는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다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바로 이런것이었구나, 알게 되었지요.

 

후쿠야마 : 대본리딩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과 저희들 3명이서 스튜디오라던지.. 어쨌든 좁은곳에서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관계자 분들이 모여계셔서 놀랐습니다.

 

오오하라 : 회의실같은 커다란 공간에 의자가 쭉 놓여져있고 (원작자) 카와치 하루카 선생님도 그 자리에 계셨죠.

 

나카무라 : 선생님은 무엇을 생각하시고 참가하셨을까요. 농담입니다. (웃음) 억지로 참석하시게 했습니다.

 

오오하라 : 제가 엄청 긴장해서 뭔가 제 자신을 누그러뜨리려고 " 선생님, 괜찮으시다면 미호씨의 대사를 읽어주시겠어요. " 라고 저질러버렸는데 정말 해주셨어요. 귀중한 한 컷이었습니다.

 

 

 

 

 

――프레스코로 녹음한다는 건 오디션때부터 이미 알고 계셨나요?

 

나카무라 : 네. 오디션용으로 받은 자료에 쓰여져있었습니다.

 

오오하라 : 다만 프레스코라고 들어도 어떤 형식으로 하는지 몰랐었어요.

 

나카무라 : 프레스코 경험은 있으신가요? (옆자리 후쿠야마씨에게 질문)

 

후쿠야마 : 전혀 없어. 하지만 마츠오 감독님이 프레스코로 녹음하신다고는 들었습니다. RED GARDEN 때 이건 프레스코로 녹음한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적은 있어요. 그 때 프레스코가 어떤 것인지 듣기는 했지만 확 오진 않았죠.

 

오오하라 : 나도. 드라마CD같은 녹음인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리허설 영상도 준비된다고 하니까 상상도 할 수 없었어.

 

 

 

 

 

――리허설 영상이 있나요?

 

나카무라 : 일단 영상은 있습니다. 역시 애니메이션은 길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후쿠야마 : 처음엔 드라마CD처럼 그 틈을 신경쓰지 않고 했더니 그 길이에 맞지 않았어요. (웃음)

 

오오하라 : 하지만 저희들이 느낀 '틈'이라는 걸 많이 존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후쿠야마 : 제 경우 프레스코는 단순하게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버리지 않고서는 할 수 없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제 자신의 연출은 스스로 생각하고, 중요한 부분은 같이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시간에 끝나는 녹음이랄까요. 하지만 이건 그림과 타이밍이 있고~이런 식이죠. 프레스코에는 그런게 없어서, 연기한 것이 어떻게 그림이 되어 들어갈지 아무것도 확증이 없는 상태로 녹음이 끝납니다. 확증은 감독님이 가지고 계시구요.

 

오오하라 : 정말 구름잡는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어요. 그림에 맞출 필요가 없으니 리허설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씬이 시작할때 타이밍을 맞추려고 제 대본에 써놓고, 상대 배우와 어떻게 (아프레코를) 하느냐에 따라 모든게 바뀌기도 하니까요.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나간다는 감각이 강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후쿠야마 : 무척 보람차고 재미도 있었고, 동시에 엄청 어렵기도 했습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부자유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이것도 되고 그것도 되고, 단지 길이가 있다고 하는 방식이었죠. 감독님께서 캐릭터에 심정에 대한 지시는 섬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앉아있었지만 갑자기 일어선것처럼 대사를 하면 그림도 거기 맞춰버리니까. "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일반적으로 움직임같은 경우 눈 앞에서 그림이 움직이니까 이런 느낌으로 해야지, 이 타이밍에서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능동적으로 움직이자는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림이 없는 걸 전제로 드라마CD와는 전혀 달라서 ..  쭉 녹음해왔지만... 어려웠네요.

 

 

 

 

――회화라는 측면에서 감독과의 신뢰관계가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네요.

 


후쿠야마 : 그렇네요. 만약 전쟁이 일어나는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무섭습니다. (웃음)

 

나카무라 : 이 작품은 음향감독님이 계시지 않는 만큼, 감독님과의 거리가 가까운 면도 있어서 이것도 커다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PART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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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unjuninfob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