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2018. 11. 23. 13:13

BANANA FISH CAST INTERVIEW

리 유에룬(유시스) 役 후쿠야마 쥰

 

성우진 발표당시 " 소녀만화의 근본적인 개념자체를 바꿔주었다 " 며 원작을 향한 사랑을 표명했던 후쿠야마 쥰.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아름다운 화교를 연기하는 그가 말해주는 것은, 리 유에룬의 숨겨진 생각과 애니메이션을 향한 희망이었다.

 

 

 

 

 

 

- 리 유에룬으로 결정된 경위를 들려주세요.

바나나피쉬 원작을 정말 좋아해서 애니메이션화를 바라는 작품이라는 질문을 들으면 꼭 꼽을 정도였어요. 완결이 난지 20년이상 지나서 이제 없으려나 싶었는데 애니메이션화가 발표되었지요. 같은 시기에 역의 후보에 오르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리 유에룬은 의외였다보니 놀랐어요.

 

- 원작은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17살때쯤 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때 반 친구중에 여러 장르의 재미있는 만화를 알고 있는 친구에게 추천받았어요. 만화를 정말 좋아해서 여러가지를 읽었지만 바나나피쉬는 소녀만화라는 말에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그때까지도 애니메이션화된 치비 마루코짱이나 도키메키 투나잇이라거나... 소녀만화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거의 미지의 세계였죠. 하지만 읽어보니 재미있었어요. 베트남 전쟁에서 시작해서 캐릭터의 선도 굵고,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오토모 카츠히로씨나 우라사와 나오키씨의 작품에 가까웠죠. 이게 소녀만화의 특징이 전혀 나오지 않아요. " 어레, 이거 소녀만화 맞는거지? " 하면서요 (웃음) 노란 코믹스를 1권씩 빌려서 고등학교 졸업하던 시기에 13권까지 읽고, 상경하고 알바해서 편의점에서 문고판을 사고 한번에 쭉 읽었었어요.

 

- 다 읽고 난뒤엔, 어떠셨나요?

소위 말하는 상실의 상황이었죠. 편의점 사무실에서 고개를 (푹) 숙였었죠 (웃음) 사실은 문고판 2권 후기에서 결말을 알고 읽었는데, 알고 있었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작품을 만끽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씬을 볼 때는 눈물이 줄줄 흘렀죠. 몇 부작에 걸친 장편 영화를 본 것 같았어요.

 

- 마음에 남은 대사나 장면이 있나요?

작품 전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정이입되서 읽었던 건 쇼터(윙). 그거랑 블랑카가 나오고 나서는 애쉬의 우수한 배경이 바뀌는 게 재미있었어요. 애쉬는 자기에 대해 말하지 않으니까, 서브 캐릭터에 의해 그의 신념이 보여요. 그런 인물 묘사에 대한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고르치네도 좋아해요.

 

- 리 유에룬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리 유에룬이 등장하기 전까지, 소녀만화스러운 탐미적인 캐릭터는 애쉬와 에이지뿐이었고 그 외에는 어른의 드라마라서, 이분자(다른 성질의 사람)가 들어왔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연기할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그 이상으로 쇼터를 좋아했다보니 "이 녀석...!!" 같은 거였죠. 단순하게 싫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하지만 이번 애니메이션화에 다시 읽어보니 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리 유에룬은 어머니가 살해당한것과 리씨 일족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출신의 문제로 멸시당하고, 더러운 부분을 짊어졌다는 이유로 엄청난 반골정신(권위에 반항하는 기질)이 있거든요. 이건 엄청 진한 드라마죠. 그걸 깨닫다보니 애쉬에게 있어 리 유에룬에게 없는 것, 애쉬와 다르게 리 유에룬이 고집하는 부분 같은 (장면의) 대비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 리 유에룬이 고집하고 있는 건 "피의 주박(저주)" 같은 것일까요?

그렇네요. 애쉬가 평가한 방식에 따르면  "녀석은 야생의 짐승이라 심취하거나 적으로 삼는 수밖에 없어 " 라고 써있었으니까요. 애쉬는 재기가 넘쳐 고르치네의 조직에서 센세이션하게 나타나 후계자로써 약속된 앞길이 있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죠. 거리에서도 이단의 보스로 군림하고, 누구의 지배도 받으려하지 않아요. 스스로 갈 길을 고르고, 스스로 삶을 다하려해요. 한편으로 리 유에룬은 리씨 일족, 나아가 화교라는 커다란 틀안에서 벗어나려하지만 단념하고 있었죠.

만약 바나나피쉬를 둘러싼 만남이 없었다면, 망설임없이 스스로 거기서 살고 있다는 각오와 야심만 완수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 모두 재기가 있는 소년이지만, 살아가는 필드가 달라요. 하지만 리웨룽은 고독속에서 애쉬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걸지도 몰라, 살아가는데 빛이 보였어요. 어쩌면 친구가 되고 싶었던건지도 모릅니다. 에이지가 없었다면, 그건 그에게 있어 위안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완벽한 초인인 애쉬가 에이지가 관련되면 틈이 생기고 약해지죠. 그에게 있어서 그건 잔인한 일이라 생각해요. 이중적인 질투심인걸지도. 그래서 리웨룽은 에이지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애쉬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에서 도망치고 있어요. 이건 리 유에룬의 자존심에 따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리 유에룬을 연기하게 되면서 바나나피쉬를 또다른 각도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쇼터에게 독사라고 들었을때의 표정도, 처음에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제가 연기하게 되니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의 쇼터는 의협심이나 우정을 위해 리씨 일족을 등지려고 했죠. 그런 인간을 강제로 굴복시키는 건 일족이 자신이나 자신의 어머니에게 했던 일과 같다는 객관적 사실을 들이대면서 쇼크를 받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 감각을 죽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어요. 거기에서 위악적인 언행을 하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려고 하죠.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되었습니다.

 

- 제 10화에서 애쉬에게 말한 "쇼터에게는 가엾은 짓을 했어 " 라는 대사에서도, 그런 갈등을 느꼈습니다.

리 유에룬에게 있어 살아간다는 이상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의사입니다. 애쉬는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공감했지요. 자신은 지배당하는 쪽에 있지만, 겉으로는 순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지옥에서도 아마 살아갈거라고.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에겐 아무래도 그게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바나나피쉬라는 약물은 그것을 비틀어버리죠. 그것이 무섭다는 것과, 그걸 쇼터에게 주는 결과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속죄가 아닌, 여러가지 의미를 담은 대사였다고 느꼈습니다.

 

- 리 유에룬이 처음으로 등장한 제 7화에서 그 자리를 지배하는 후쿠야마씨 목소리의 존재감에 감탄했는데요. 이렇게 캐릭터를 이해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느끼게 되네요.

저는 원작을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작품은 위험한 부분도 있어요. 연기할 때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수록하기 전에는 한번만 다시 읽었습니다. 제가 그려낸 것, 느꼈던 것들이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어디까지 적합할지는 감독, 음향감독, 프로듀서라는 제작 사이드 분들께 맡기고 있습니다.

 

- 수록 현장에서 나눈 대화중 인상적인 것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특히, 그가 가지고 있는 요염한 부분, 여성이 아닌 남성의 색기에 대한 주문을 들었습니다. 리 유에룬도 또 남자로서 몸을 파는 측면이 있고, 그걸 거절한 애쉬에 대해서도, 무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자로서 아이덴티티는 애쉬와 공유하고 있다고 짐작하게 되네요. 쇼터에게 리웨룽이라고 밝히는 장면도, 남성으로서의 강함을 더 드러내달라고 들었습니다. 감독 사이드에서 그런 주문이 없었다면, 이런 식으로는 되지 못했을거예요. 실제로 독자로서 읽었을땐 애쉬는 물론, 리웨룽을 연기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했었어요.

 

- 그건 왜인가요?

제가 천재를 연기할 수는 없다고,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혹시 연기한다면 디노나 에이지라거나.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쇼터도 가능하려나, 이런 느낌으로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화를 겪으며 가끔 생각하긴 했지만, 리웨룽으로 정해졌다고 들었을때, 그건 생각을 못했어! 했어요.같은 남성조차 망설일 정도의 색기라니 말로 하는건 간단하지만 어떻게 하는거야 이러면서 말이죠 (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라 살았습니다. 리 유에룬은 저렇게 보여도 애쉬 이상으로 망설임과 분노가 뚜렷한 소년이니까요. 처음 애쉬의 목소리를 들었을때는 신선하면서 안심했었습니다. 미리 만들어져있는 메인 캐릭터의 존재덕분에 걱정이 사라졌네요.

 

- 그 외 다른 분들과의 출연은 어떠신가요?

신 역의 치바(쇼야)씨와 출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 안에서 치바씨의 인덱스같은 것이 없다보니 엄청 신선해요. 와카테(신인)성우가 소년 역을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에 엄청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 리 유에룬에게 있어 신은 에이지와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신의 존재에 의해, 일족의 어둠에 삼켜지지 않는 스토퍼같은 존재. 리웨룽은 무감각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런 의미로 치바씨의 신선함은 기분 좋아져요.

앞으로 얽히게 되는 건 블랑카인데요- 이런걸 말하면 나중에 하는 소리라고 듣겠지만, 내적 캐스팅으로는 10년전쯤부터 블랑카는 모리카와 토시유키씨였습니다. 정말이예요 (웃음) 블랑카는 마피아에 협력하면서 미학을 따릅니다. 드라마틱한 인물이잖아요. 애쉬를 포함해서 모두에게 약점이 있는 와중에 유일한 초인이구요. 모리카와씨는 여러 초인을 연기하셨고, 무엇보다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의 소유자이시니까요, 아마 원작팬 여러분들도 들으신뒤에 " , 블랑카구나 " 라고 순조롭게 들어올거라고 생각해요. 모리카와씨의 목소리에는 그런 안정감이 있습니다.

 

- 원작의 팬으로서 현대의 뉴욕이 무대가 된 애니메이션 판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사실은 애니메이션화가 정해진 단계에서 우선 신경쓰였던 부분이, 원작의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할것인가, 아니면 현대를 무대로 할 것인가라는 점이었습니다. 흔히 말해 고전, 노스탤지어로 그려지는 것인가, 현재 진행형 이야기로 그려질것인가 - 이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스타워즈 같은 곳에서도 말하는 것인데, 작품이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지나면, 원작이 경전이 되어버려서 거기서부터 변화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원리가 생겨버려요. 물론, 그것도 중요한 추억을 향한 사랑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명작을 다시 세상으로 꺼낼때 최대의 명제는 " 작품의 훌륭함을 새로운 사람들에게 알게 해주는 것" 에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특히, 지금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건 주요 시청자인 10대 아이들이 작품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현대를 (배경으로) 그려야한다고 느꼈습니다. 눈 앞에 있는 소년들은, 머나먼 이국에서 지금,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공감되기도 하고, 동경이나, 여러가지 마음이 향할 수 있으니까요. 혹시 실사로 미국의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TV드라마로 그려진다면, 저도 원작의 시대적 풍경을 보고 싶지만요. 그만큼 애니메이션과 실사 작품은 다른 타겟층이 있어요. 아마, 제작사이드에서도 같은 걸로 고민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엄청 대단한 결단을 하신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군요. 어린 분들이 눈을 반짝반짝하며 애쉬 일행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원작팬으로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할 것 같아요.

원작은 절대로 변하지 않겠지요. 그야말로 빛의 정원이나 PRIVATE OPINION (외전과 후일담)을 포함해서 절대로 변할리 없고, 퇴색하지 않아요. 변하지 않는 게 반드시 존재하고 있으니까, 시대에 익숙해지기 위한 변화같이 작은 일들만 있어요.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입구에서 새로운 사람이 경전에 이끌려 그 훌륭함이 널리 퍼져나가는 편이 저에게는 기쁘겠지요. 왜냐하면 바나나피쉬에 비견될만한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요. 애니메이션화가 되면서 바나나피쉬는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클래식(한 작품이) 되겠지요. 그렇게 고전은 만들어가는 거구요. 그래서 이번에 리웨룽을 연기하는 것 이외에 제가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원작팬으로서 이런 마음을 언어화시켜서 많은 팬분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도록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도움이 되는거라면 얼마든지 떠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 사랑이군요. BANANA FISH를 사랑해주는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생각이 났을 때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게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셰익스피어는 너무나 고전이라 다양한 해석이 생겨나잖아요. 바나나피쉬도 그런 작품입니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원작의 1980년대 미국의 정치, 경제도 찾아보면 재미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책도 좋고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의 배경이나 약물의 취급, 그런걸 사용한 사람들의 일상을 알 수 있어서 바나나피쉬의 애쉬일행같은 이야기의 두께까지 더해가는 거죠. 이번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새롭게 작품을 쫓아 과거로 돌아갈 시간이 없는 지금의 사람들에게, 이런 명작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요. 바나나피쉬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직 많이 있으니까요.

 

Posted by @junjuninfobot